프라이부르크가 친환경 도시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독일 남서부의 프라이부르크는 친환경 숲으로 유명한 ‘검은 숲'(Schwarz wald) 안에 위치하고 있다. 나무가 우거져 한낮에도 사방이 깜깜하다고 해 이름이 붙여진 이곳은 가로 60㎞, 세로 200㎞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이다. 숲을 사랑하는 독일인에게 검은 숲의 의미는 중요하지만 프라이부르크 사람들에게는 더욱 특별하다.
19세기의 급속한 산업화에도 불구하고 이 검은 숲은 잘 보존되었다. 사실 지난 1973년 프라이부르크에서 20㎞ 남짓 떨어진 숲속의 작은 마을에 원자력 발전소를 세우기로 하면서 ‘검은 숲’은 큰 변화를 겪는다. 그러나 1984년 체르노빌 참사를 계기로 독일 정부는 1986년 이후 추가적인 원전 건설을 포기한다. 이를 시작으로 생태계의 허파 역할을 하는 숲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본격적인 친환경 산업이 독일 전역으로 퍼져가게 된다.
프라이부르크 시민들이 남달랐던 점은 원전 건설에 반대한 것에 그치지 않고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했다는 데에 있다. 시민들은 대체 에너지 사용을 위해 먼저 에너지 소비를 줄여 나갔다. 특수 단열재와 3중창을 사용하여 난방 에너지를 절약했고 1991년에 도입된 환승교통 체계도 에너지 절감에 한몫을 했다.
한편으로는 민간의 태양 에너지 연구에 대한 시 정부의 지원이 계속되어 대체 에너지에 대한 연구도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때부터 프라이부르크는 대체 에너지의 효율을 높이고 사용을 늘려가면서 친환경도시의 중심에 서게 된다. 프라이부르크는 1992년 독일의 비정부기구(NGO) 모임에서 ‘환경 수도’로 선정되면서 국제적인 관심을 끌게 된다. 일찍부터 시작된 신재생 에너지 활용을 위한 기술 개발로 명성이 높던 이곳에 국제적인 기업들이 모여들어 친환경 산업 클러스터가 탄생하게 되었다.
오늘날 우리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친환경 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러나 친환경 정책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친환경 도시의 국제적인 모델이 되고 있는 프라이부르크의 성공 사례를 여러 측면에서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환경 보호에 대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의식이다. 프라이부르크는 에너지 보존 및 효율화, 다양화 정책과 더불어 시민이 참여하는 환경 정책을 통해 20년 이상 꾸준히 에너지 자립 도시와 세계적인 환경 도시의 모델을 추구해가고 있다. 예를 들어 22만명의 인구보다 많은 30만대의 자전거, 그리고 자전거 도로가 500㎞나 된다는 점은 프라이부르크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의식을 잘 보여준다. 또한 주택가에서는 자동차의 속도가 30㎞/h에 제한되는 불편을 기꺼이 감수한다. 그리고 시민들이 태양 전지판을 구입하여 세계 최초의 태양광 발전조명을 설치한 바데노바 축구장은 시민들의 자긍심이다. 그들은 1991년 세계 최초로 쓰레기 분리수거를 실천하기도 했다.
둘째, 신재생에너지산업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프라이부르크는 금년 말 전력 소비의 50% 이상을 바이오매스, 태양열, 태양광, 풍력, 수력 등의 재생 에너지를 통해 생산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한 일조량이 많은 덕분에 태양 에너지를 중점적으로 활용하고 있어 ‘태양의 도시'(solar city)라고도 불린다. 시정부가 출자한 민간전력회사 바데노바(Badenova)는 태양의 도시를 이끌어 가는 원동력이다. 바데노바는 태양 에너지 발전시설을 위해 ㎾당 300유로를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공공시설, 교회, 공장, 주택 등에 태양 에너지 발전시설을 임대하는 대신, 생산된 전기를 높은 가격에 사주는 정책으로 1천곳이 넘는 건물들이 태양광 발전설비를 갖추고 있다. 신도시 보방(Vauvan)지역의 아파트와 주택은 자체 시설에서 에너지를 충당하는 수동형 주택(Passivhaus)으로 발전했고 태양열에 따라 건물이 움직이는 주택(heliotrope)은 관광 명소가 되었다.
셋째, 친환경산업의 첨단기지화에 성공하고 있다. 녹색 산업이 미래의 성장 동력으로 인식되면서 환경 관련 기술자와 전문가, 연구기관, 기업 등이 프라이부르크로 몰려들고 있다. 세계 최고의 신재생에너지 연구소인 프라우엔 호퍼연구소가 이전했고 국제태양에너지협회도 자리하고 있다. 환경 산업에 대한 대학 교육과 직업 학교의 학습 시스템이 정교해지고 학습프로그램이 독일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태양의 도시 중앙역에는 60m 높이의 솔라 타워가 우뚝 솟아 있다. 태양 전지판으로 빼곡한 남쪽면을 보고 있노라면 프라이부르크의 환경산업은 위에서가 아닌, 시민들이 중심이 된 아래부터 하나씩 쌓아 올린 것이라는 점을 상징하고 있는 듯하다.(매일신문, 2009.2.25)
[출처] (칼럼) 프라이부르크의 힘|작성자 dolce vita